지자체에서 진행하는 마당개 중성화수술 지원사업에 지원해 사업대상자로 선정되었어요.
몇몇 지자체에서는 벌써 사업대상자를 모집하는 공고가 있는 만큼 2025년에도 사업이 진행될 것으로 생각되어,
선정부터 수술진행과정, 후기를 공유해볼게요.
지원사업에 선정되었음에도 정말 시켜야하는 것이 맞을까 정말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사람과 함께 살아가야하고, 바로 앞집에 중성화하지 않은 암컷이 살고 있기도 하고 마당에서 풀어놓고 키우기 때문에 불의의 사고를 막기 위해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은 접어두고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주소지 관할 구청 홈페이지에서 신청서류를 출력해 작성하고, 구청에 제출하면 신청 끝입니다.
신청서류를 미리 작성해가면 좀 빠르지만, 미리 작성해 가지 않아도 담당자가 서류를 준비해 주시더라고요.
현장 작성도 가능합니다.
신청서 제출 후 2주 정도 지나면 아래처럼 심사결과가 문자로 통보됩니다. 다시 며칠 후에는 우편으로 안내사항이 송달됩니다. 수술을 진행할 수 있는 병원이 여러 군데 일 줄 알았는데 두 군데로 한정되어 있어서 원래 다니던 동물병원이 아닌 지정된 병원에서 수술을 해야 해서 조금 불안한 마음도 있었어요.
제가 살고 있는 유성구에서는 유성동물병원과 예담동물병원 두 군데에서 수술이 가능했는데, 홈페이지도 들어가 보고 전화로 문의도 해 본 후 조금 더 안심이 되었던 유성동물병원으로 선택했습니다.
최대한 키우고 수술을 시키고 싶은 마음에 신청을 조금 늦게 해서 사업대상자 선정 후 수술기한까지 3주밖에 시간이 없어서 마음의 준비를 충분히 했는데도 수술을 예약하고 나니 불안하고 조급한 마음이 더 심해졌지만 추워지기 전에 빨리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굳게 마음을 먹고 진행했습니다.
수술 전일 8시부터 금식을 해야 하는데 풀어놓고 기르는 실외견이라 뭘 주워 먹을지 몰라 어쩔 수 없이 일찌감치 저녁을 먹이고 배변을 위한 산책도 마치고 8시부터 견사에 넣어두었어요. 견사에 같이 들어가서 내일 수술을 할 거라고 차분히 설명을 해주었는데 알아듣지도 못할 텐데 벌써 미안하고 안쓰럽습니다. ㅠㅠ
당일 아침이 되었어요. 일찌감치 일어나서 배변을 위해 간단히 산책을 하고 병원으로 출발했습니다.
병원 가는 차 안에서 불안한 보호자의 감정을 느낀 건지 처음으로 덜덜 떠는 강아지를 보니까 눈물이 날 것 같았네요.
병원에 도착 후 수술이 가능한지 검사부터 진행합니다. 심장사상충에 걸렸거나 염증수치가 높거나 하는 등 마취를 했을 때 위험도가 높으면 수술을 할 수 없어요. 심장사상충 예방약도 열심히 먹이고 구충도 열심히 했지만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조마조마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네요.
다행히 고환도 잘 내려와 있고, 모든 수치도 수술을 하는데 문제없이 정상으로 나왔습니다.
저희 강아지는 동물 등록이 안되어있던 상태여서 수술과 함께 동물등록을 마치고 칩까지 삽입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등록비용 역시 모두 지원이 됩니다.
마취 및 수술동의서에 사인을 하고 상세히 수술과정에 대한 안내를 받았습니다.
유성동물병원 수의사선생님, 간호사선생님들 정말 강아지를 너무 예뻐하고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정말 안심이 되었어요.
수술 시간은 30분 정도인데, 수술 전 수액을 충분히 맞고 수술 후에도 수액을 맞으며 마취에서 깨어나는 시간이 있으니
오후 2시에 데리러 오면 된다고 안내받아서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려 사무실에 와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오전 10시경 수술이 들어갔는데 12시 반쯤 수술 잘 끝나고 마취에서 무사히 잘 깨어났다고 연락이 와서 후다닥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수술실 케이지 안에서 넥카라를 하고 수액을 맞고 있는 강아지 얼굴을 보니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요.
사람이 미안해.. 사람이랑 사느라 너희가 고생이 많다 ㅎㅎㅎ
수컷 강아지라 개복을 하는 암컷 강아지보다는 회복이 빠른 편이라고 하셨어요. 강아지가 핥아서 상처부위가 터지지만 않게 잘 관리하고 3일간 항생제만 잘 먹이면 큰 문제없을 거라는 안내를 받고 일주일 후 실밥을 풀러 다시 오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약값은 내겠지 싶었는데 정말 단돈 1원도 내지 않고 수술을 마무리했어요. 이래도 되나 싶어서 수술 후에 아파하면 실외배변이 힘들까 싶어 병원에서 배변패드 하나 구매해서 돌아왔습니다. ㅎㅎ
공복에 마취에 흔들리는 차에 너무 힘들었는지 돌아오는 차 안에서 강아지가 공복토를 너무 많이 했어요. 불쌍...
집에 도착해 미리 준비해 놓은 죽을 조금 먹이고 미리 깨끗하게 치워놓은 견사 안에서 쉬게 하려고 했지만,
아프지도 않은 건지 첫날부터 너무 심하게 뛰어다녀서 수술부위에 문제가 생길까 봐 진정시키느라 너무 힘들었습니다.
병원에서 붕대고정 및 핥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망사바지를 입혀주셨는데 강아지가 너무 움직이니 자꾸 돌아가고 무엇보다 바지가 말리면서 강아지 생식기를 너무 압박하는 것 같아 넥카라를 씌우고 바지를 벗겨주었어요.
뭐가 더 불편한 건지는 모르겠으나 이래저래 다 안쓰러웠네요 ㅠ
낮에는 그렇게 뛰어다니던 아이가 밤이 되니 수술부위가 조금 아팠는지 잘 눕지 못하다가 너무 피곤했는지 기절하듯 잠들어버렸네요.
이렇게 수술 당일은 무사히 지나갔습니다.
수술이틀째도 수술한 강아지 같지 않게 평소보다 더 활발하게 지냈어요. 아침저녁으로 항생제를 먹이고 사람이 있을 때는 넥카라를 풀어주고 자기 전에 혼자 있을때는 다시 넥카라를 씌워주고 반복했어요.
가장 가벼운 넥카라를 찾아 준비했음에도 얼마나 답답했을지... 넥카라를 하고 돌아다니는 강아지는 상상 이상으로 안쓰러웠습니다.
수술 3일째 상처부위가 어떤지 봤는데 실밥이 터져서 피가난 듯해 보였어요. 너무 걱정이 돼서 응급실을 가볼까 하다가 강아지가 아파 보이진 않아서 밤을 뜬눈으로 새우고 다음날 병원문이 열자마자 병원을 찾았습니다.
수의사선생님께서 상처부위를 봐주셨는데 전날 밤에 제가 뭘 본 건지 너무 걱정스러운 나머지 헛것을 본 건지.. 병원을 찾아온 게 무색하게 상처가 너무 잘 아물어있었습니다. ㅎㅎ
수의사선생님도 웃으시면서 걱정되면 소독만 더 신경 써주라고 소독약만 처방해 주시고 안심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니다.
그렇게 너무 힘든(강아지는 멀쩡한데 보호자만 힘든) 일주일이 지나고 드디어 실밥을 풀었습니다. 다행히 상처가 너무 잘 아물었어요. 실밥을 막 풀었을 때도 핥으면 덧날 수 있으니 하루 이틀정도만 더 잘 지켜보라는 안내를 받고 아직 하지 못한 남은 접종까지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지원사업이 아니었으면, 30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들었을 텐데 지원사업을 통해 무료 중성화수술을 받게 되어 큰 비용을 아꼈습니다.
절차도 아주 간단하고 어렵지 않으니, 불필요한 임신과 출산으로 불쌍한 유기견이 발생하지 않도록 앞으로도 마당개 중성화수술 지원사업이 많이 활성화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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