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으로 만드는 금귤 정과
우리에게는 금귤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한, 어렸을 때는 많이 먹었는데 요즘엔 잘 보이지도 않고 많이 먹지도 않는 금귤. 인력 투입에 비해 아웃풋이 적어서 요즘엔 금귤 농사를 많이 짓지 않는다고 한다. 우연히 금귤 정과 사진을 보게 됐는데 보석 같고 너무 예뻐서 한번 만들어 보기로 했다. 3월 금귤이 들어갈 시기라 겁도 없이 8kg을 주문해서 씻고 닦고를 수없이 하고 꼭지를 따고 자르고 씨를 빼고, 설탕과 함께 끓이고 식히는 당침을 4번이나 반복하고 당침이 끝난 금귤을 예쁘게 모양을 잡아서 적당한 쫀득함이 느껴질 때까지 말리기를 20시간 정말 어마어마한 노력과 과정을 거쳐서 금귤 정과를 만들었다. 임금만 먹었던 디저트라고 하더니 이 정도 노동력에 건조기가 없으면 일주일 정도를 건조해 야한 다고 하던데 임금님밖에 먹을 수 없는 디저트가 맞다.
금귤 정과 만들기
먼저 금귤을 세척해야 하는데, 귤과의 과일들은 세척이 매우 중요하다. 먼저 베이킹소다와 식초를 푼 물에 담갔다가 깨끗하게 씻고 굵은소금으로 한번 더 깨끗하게 세척한다.
그다음 작업은 금귤의 꼭지를 따야 한다. 이쑤시개처럼 끝이 뾰족한 도구를 이용해 일일이 꼭지를 따주는데 생각보다 꼭지가 단단하게 붙어있어서 손가락이 많이 아프다. 이쑤시개로 작업하다가 과도로 도구를 변경했다. 훨씬 잘 따진다.
그렇게 백개가 넘는 금귤의 꼭지를 따고 나면 이제는 금귤 반으로 가르기가 기다리고 있다. 또다시 무한 노동의 시간을 거쳐 금귤 반으로 가르기가 완성되면 노동의 끝판왕 금귤 씨앗 제거가 남아있다. 금귤 하나에는 5-6개 정도의 씨가 들어있는데 금귤을 반으로 자르면서 씨도 함께 반으로 잘려 모든 금귤 조각에 씨앗이 남아있기 때문에 일일이 포크로 씨앗을 제거해줘야 한다.
여기까지의 작업만 해도 금귤 8kg 기준 약 5시간이 걸렸다. 내가 왜 금귤을 8kg이나 샀을까.. 아니 애초에 왜 금귤 정과를 만들겠다고 나섰을까 정말 후회가 되지만 이제와서 멈출 수도 없다.
반으로 갈라 씨앗까지 다 제거한 금귤을 설탕과 1:1 비율로 1차로 버무려둔다. 어느 정도 절여지고 금귤에 있던 수분이 빠져나오면 이제 당침을 시작한다. 절여진 금귤을 설탕과 국물까지 모두 냄비에 넣고 강한 불로 끓인다. 끌어 오르기 시작하면 중간 불로 줄여주고, 냄비에 떠오르는 하얀 거품들과 불순물들을 제거해준다. 이때 거품과 불순물들을 제거해주지 않으면 금귤에 달라붙어 맑고 투명한 보석 같은 금귤을 만들 수가 없다. 정말 많이도 떠오른다. 끝없이 제거해주어야 한다.
그렇게 10분~15분 정도 끓여준 다음 그대로 식힌다. 완전히 식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끓여주면서 거품 제거하기를 3번에서 4번 정도 반복한다. 당침을 반복할수록 떠오르는 거품과 불순물은 거의 없어지기 때문에 마지막쯤 가서는 금귤이 정말 투명하고 예쁘다.
그렇게 4번의 당침을 마치면 금귤이 자연스럽게 반달 모양으로 접히는데 그 모양 그대로 예쁘게 잡아서 건조기에 올려 건조를 시작한다. 이 작업도 정말 어마어마한 인내심을 요구한다. ㅠㅠ 사람마다 원하는 쫄깃함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건조되었을 때 수시로 열어서 확인해보면서 원하는 쫄깃함이 완성되었을 때 건조를 멈추면 된다.
금귤 정과 만들고 남은 것들 활용법
금귤 정과를 만들고 나면 방침을 하고 금귤을 건져낸 국물과 수백 개의 씨앗이 남는다. 당 침하고 남은 국물은 따로 유리병에 담아 차나 에이드를 만들어먹거나 요리할 때 청으로 써도 좋다. 향긋한 금귤 향이 그대로 남아서 정말 맛있다.
씨앗이 정말 많이 나오는데, 거의 반으로 다 잘리긴 하지만 그중 온전한 씨앗들을 골라서 발아시켜 금귤 화분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금귤 씨앗 발아시키기
먼저 금귤의 씨앗의 껍질을 벗긴다. 금귤의 껍질에는 발아를 억제시키는 성분이 있어서 껍질을 까서 발아를 시켜야 한다.
껍질을 벗긴 금귤 씨앗을 물에 적신 키친타월을 플라스틱 통에 깔고 그 위에 금귤 씨앗을 조심스럽게 올려놓고 다시 젖은 키친타월로 덮어 뚜껑을 닫아 따뜻한 곳에 둔다.
일주일 정도 지나면 싹이 살짝 올라오는데 날씨도 따듯하고 해서 바로 화분에 옮겨 심어 주었다. 금귤의 새싹은 정말 만화에서 나오는 새싹처럼 정석으로 생겼다. 귀여운 새싹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보카도 키울 때와는 달리 정말 더디게 크는데 열심히 키우다 보면 어느 사이 쑥 자라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지금은 어엿한 금귤 나무가 되어 가시까지 자라고 있다. 언젠간 금귤이 열리는 것도 볼 수 있겠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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