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삭아삭한 유럽 상추
우연히 마트에 갔다가 유러피안 채소라고 해서 상추같이 생긴 것이 있길래 한번 사 와봤는데, 우리나라 상추와 맛은 비슷하지만 조금 더 수분이 많고 아삭한 식감에 마치 상추와 양상추가 반반 섞인 것 같이 기분 좋고 맛있는 식감에 씨앗을 구할 수 있는지 여기저기 뒤져보았다. 씨앗 값이 우리나라 상추에 비해 4-5배 정도는 비쌌지만, 그래도 한번 키워보고 싶은 마음에 버터 헤드 타입의 찰스, 미니 로메인 타입의 심블, 멀티 리프 타입의 그린 글레이즈 이렇게 세 종류를 구매해 보았다.
씨앗은 2년간 발아가 가능하다고 해서 심을 씨앗들을 제외하고 작은 비닐에 싸서 냉동실에 보관했다.
유럽상추 키우기
유럽 상추는 씨앗부터 조금 특이했다. 상추씨앗과 비슷할 줄 알았는데 주황색의 동글한 모양인데 색감이 너무 예쁘다. 씨앗이 크고 색이 눈에 띄어서 심다가 흘려도 쉽게 찾을 수 있어서 편했다. 씨앗을 심을 때부터 어떻게 자랄지 너무 기대되었다.
아무래도 수입된 씨앗이라 토양이나 기후가 안 맞아 싹이 잘 트지 않거나 자라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을 했었는데, 걱정이 무색하게 심은지 2-3일 만에 싹이 올라오기 시작하더니 본잎이 나기 무섭게 정말 쑥쑥 너무 잘 자라주었다. 발아가 잘 안 될까 걱정했기 때문에 씨를 좀 많이 심어놓았는데, 막상 새싹을 속아내려니 너무 아까운 생각이 들어서 싹들을 간격만 살짝 조절해 옮겨 심어 주었는데, 이 선택 때문에 상추들이 크게 자라지 못하고 겉잎들이 햇볕도 받지 못하고 좁아서 누렇게 죽는 상황을 불러오게 된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싹 간격을 적당히 띄워주고 햇볕이 쨍쨍한 창가에서 물을 열심히 주면서 키웠더니 본잎이 올라오기 무섭게 잘 자랐다. 아침에 물을 주고 저녁에보면 그사이 1~2cm는 자라는 것 같이 빠른 성장 속도를 보여주어 키우는 재미가 있었다.
수확하기
어느정도 자라니 제법 각 상추들이 각자의 모양을 갖추 에 되었는데, 그 모양이 우리 채소와 비교를 하자면 그린 글레이즈는 치커리, 찰스는 봄동, 심블은 양상추와 같은 모양으로 자랐다. 신기했다. 씨앗은 다 비슷비슷하게 생겼는데 이렇게 다른 모양의 채소들이 나오다니.
베란다 텃밭에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어서 조금 더 많이 수확하고 싶은 욕심에 가까이 사시는 부모님댁 하우스에도 심어놓았었는데, 역시나 쑥쑥 잘 자라나 싶더니 옆에 있던 토종 상추들에 기가 죽은 건지 나중에는 크기가 확연히 차이가 나서 찾아봤더니 원래 사이즈가 조금 작은가 보다.
어느 정도 자란 듯싶어 드디어 첫 수확을 하기로 한 날, 기대되는 마음으로 잎을 따서 먹어보았는데 너무 아삭아삭하고 청량하니 정말 맛있다. 식감이 상추보다는 양상추와 비슷해서 쌈보다는 샐러드나 샌드위치에 끼워먹으면 더 훨씬 더 맛있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나는 고기와 쌈으로 먹었다. 쓴맛이 전혀 없고 수분감이 많아서 쌈으로 먹어도 정말 맛있고 씨를 넉넉히 사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계속 심어서 먹고 싶은 맛이다.
하우스에서 건강하게 자란 아이들과는 달리 아파트 베란다 화분에서 자란 상추들은 앞에 말한 것과같이 너무 빽빽하게 심어놓은 탓도 있고, 혼자 살다 보니 먹는 속도가 자라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많은 잎들이 누렇게 변색되어 죽어버렸다. 그래도 생명력은 강한지 계속해서 새잎이 올라와주었지만 제대로 다 먹지 못하고 오랫동안 그대로 둔 탓에 잎이 질겨져 먹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 눈물을 흘리며 뽑아버렸다. 나름 정성스럽게 물을 주어가며 키운 소중한 채소인데, 그렇게 놔두지 말고 그때그때 수확해서 지인들이라도 나누어줄걸 너무 후회가 되었다.
새싹을 속아주는 건 꼭 필요한 과정이었는데 잠깐의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빽빽하게 키운 결과다. 다음에는 적당히 키워서 맛있게 먹어야겠다.
한번 키워보았으니 다음에는 더 잘 키울 수 있을 것 같다. 비워버린 베란다 텃밭에 다시한번 씨앗을 뿌려서 제대로 키워봐야겠다. 내가 키워본 상추들 말고도 다양한 종류가 있는 것 같은데 재배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는지 정보가 많지 않지만 일단 다른 씨앗들도 좀 더 구해서 키워봐야겠다. 특별한 기술 없이 우리나라 상추 키우듯 키우니 잘 자라는 걸 보니 다른 채소들도 잘 자랄 것 같다.
댓글